가난한 남학생의 궁핍한 홍콩여행-79일차의 중국 비자 신청 실패

친구들과 상하이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한 명은 베이징에서 공부 중인지라 중국 비자가 필요 없고, 한 명은 서울에서 공부 중이지만 여행사를 통해 비자를 발급받기로 해서 별다른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홍콩에서 중국행 비자를 신청하는 경험을 오롯이 홀로 겪어야 했다.

여러 블로그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특히 이곳에서 기본적인 정보들을 얻었다. 몇 가지 추가해야 하는 사항들이 있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글로 남기게 되었다.

1. 여권, 홍콩비자 사본이 필요하다
 필요한 것은 숙박 예약 증명서, 비행기 표 예매 증명서, 여권사진 뿐만이 아니었다. 비자 신청을 하는 3층(그렇다 3층이었다!)에 도착하게 되면 아저씨들이 번호표 기계 앞에서 서 있는데 거기서 'Can I get the form?'을 말하면 서류가 주어진다. 그것을 받는 것과 동시에 여권과 비자 사본이 필요하다고 아저씨들이 말을 한다. 처음 듣는 소식이라 놀랐지만, 그럴 필요 없다. 주변에 복사기가 있기 때문이다. 복사는 한 장에 2 HKD 로 이런 폭리가 없다. 나쁜 샛기들... 동전이 없는 경우를 대비하여 동전을 바꿔주는 아주머니도 존재한다. 기계로 대체하지 않고 사람이 직접 동전을 바꿔주는 이유는 복지 차원인지 뭔지 잘 모르겠다. 여튼 복사는 밖에서 미리 해오는 것을 추천한다.

2. 숙박 예약 증명서는 필수이다.
 현지인의 초청이라고 하면 될지도 모르겠다만 나같은 경우에는 현지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이 short term 인지, long term인지 물어보기에 short term 이라고 했다가 그 경우에는 남을 초청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면서 숙박을 예약하라는 불호령이 떨어졌다. long term 이라고 했을 때의 결과는 모르지만, 녹록지는 않을 것 같다.

3.Form 에 붙일 여권 사진은 6개월 이내여야 한다.
 사실 비자 발급이나 하는 일개 공무원 주제에 6개월 이내인지 어떤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으면서도 굉장히 깐깐하게 군다. 나 같은 경우에는 여권을 발급한 것이 1년 전인데, form에 부착한 사진이 여권사진과 동일하여 공무원 샛기가 바로 거절했다.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다. 욕이라도 한 바가지 하고 싶었지만 속으로 삭혔다.

4. 공무원 샛기들이 굉장히 불친절하다.
 기본적으로 민원인을 도와야한다는 생각으로 일하는 샛기들이 아니라 비자 발급을 거절할 사유를 끊임없이 찾는 샛기들이다. 마지막에 이거 저거가 안되니까 다시 해오라면서 서류를 창구 구멍으로 집어던지는 것을 볼 때는 분노를 넘어 현자타임까지 찾아왔다. 하 다시 생각해도 진짜 못돼 처먹은 샛기들이다. 멘탈을 굉장히 단단하게 붙잡고 공무원 샛기를 대할 필요가 있다.

5. 서류는 빠짐없이 작성해야 한다.
 이것 역시 어떻게든 거절할 궁리를 찾는 공무원 샛기들 때문에 생긴 일이지만, 하등의 쓸모가 없는 것들, 예컨대 공부중인 학교의 전화번호라든지, 우편번호를 안 적으면 다시 적어서 오라고 거부를 한다. 직접 확인할 것도 아니면서 진짜 웃기는 샛기들이다. 애초에 엉터리로 적어 놓은 정보들(내 집 주소 정도까지도)은 확인하지도 않는다. 그냥 칸이 채워져 있기를 원하는 샛기들이라 쓸게 없는 middle name 칸에는 None 이라고 꼭 적어주도록 하자. 하 개샛기들

6. 비자 신청에도 빈부격차가 존재한다.
 장소에 와서 form을 여러장 제출하는 동남아시아 계 여성들의 경우에는 100% 대리 신청을 하는 domestic helper 이다. 돈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다른 사람들을 고용하여 비자 신청을 한다. 결국에는 그럴 여건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직접 서류를 제출하러 오는 것인데 공무원 샛기들도 그걸 알아서는 민원인을 함부로 대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못돼 처먹은 샛기들.

원래 서서히 홍콩에 대한 호감이 사라져 가는 와중이었는데 아주 정나미가 뚝 떨어졌다. 기가 막힌 곳이다. 꼭 와야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안 오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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