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남학생의 궁핍한 홍콩 여행-17일차의 유가네

 점심을 유가네에서 먹게 되었다. Sha Tin 이라는, 학교에서는 조금 떨어져있는 곳에 커다란 쇼핑몰이 있는데 그곳에 유가네도 있었다. 한국에 있을 때는 비싸고 양도 적어 잘 가지도 않던 유가네였는데 이곳 매장에 들어서면서 점원들이 서툰 한국말로 "반갑습니다 유가네입니다~" 뇌까리는 모습이 너무나도 반가웠다.

 친구가 점심에 가면 무한리필에 88HKD 라고 하기에 가게 된 유가네였다. 하도 홍콩식 계산법에 치인 터라 88달러라는 사실을 믿지 않고 갔다만, 정말 맛있었다. 닭갈비의 양도 한국보다는 많다고 느껴졌다. 닭갈비가 아니라 밑반찬이 무한리필로 나온다는 점은 허를 찔렸지만 이조차도 맛있었다. 별다른 밑반찬은 아니고 일반 보리밥 뷔페에 가서 흔히 볼 수 있는 무한리필 반찬등이었다. 불고기, 잡채 등등...그런데 정말 먹으면서도 웃음이 터져나올만큼 맛있었다. 김치를 계속 먹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좋았다.

 가족들이 조금 더 여행을 하고 오라는 권유를 했지만 타지에서 더머물고 있는다면 정말 건강까지 나빠질 것만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한식이 그립다. 여기 음식들은 마늘이 잘 안들어가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컵라면에도 다진 마늘을 넣으면 맛있다는 것을 알 정도였는데. 여기음식들은 그래서인지 감칠맛이 좀 떨어진다. 달면 달고, 짜면 짜고. 마늘향보다는, 우리 표현대로 돼지 비린내를 더 좋아하는 듯하다.

 결국 1인당 100HKD씩을 내고 식당을 나섰다. 후식겸 해서 뷔페식 조각케익까지 준비되어 있었으니 한화 15000원도 그렇게 아까운 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커다란 쇼핑몰안에 있는 만큼 쇼핑을 하러 나섰지만 내가 뭘 사게 될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절대적으로 가성비를 따지는 나는 현대의 쇼핑에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었다. 홍콩에 들고 온 옷 중에서 내가 산 것이라고는 2년 전에 군대에 있을 때 샀던 농부컨셉 황토바지 뿐이다. 일단 쇼핑몰이니 걸어댕기기나 해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나이키 매장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홍콩에서 쇼핑하는게 싸다는 말을 정말 나이키에 들어가서 처음 느껴본것 같다. 마음에 드는 옷 천지였는데 그것들이 정식으로 진열되어있는 게 아니라 떨이 제품처럼 한데 걸려 있었다. 카이리 어빙이 그려진 티셔츠가 149HKD, 한화 약 22000원에 등록되어있는 것을 보고 눈이 뒤집히는 줄 알았다. 서툰 영어 실력으로 '카이리 어빙은 르브론 제임스와 함께 클리블랜드를 이끌어가던 선수였다. 근데 르브론 제임스는 기복이 좀 있는 편인지라 어빙이 가끔씩 팀을 혼자 이끌어 주는 때가 있었다. 지난 플레이오프에서 르브론이 어김없이 똥만 싸던 경기가 있었는데 그 때 어빙이 홀로 고군분투하며 팀을 이끌어 나갔다. 그러던 와중에 그가 발목 부상을 당했다.바닥에 쓰러졌고 선수들과 중계진은 경악을 하며 지켜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가 벌떡 앉더니 신발끈을 꽉 졸라 묶더라. 그러고선 다시 경기를 뛰기 시작했다. 그게 내가 농구를 보던 것 중 가장 감명깊은 장면이다.' 라고 주절주절 설명했다. 말하면서도 소름이 돋을만큼 멋진 장면이었는데 친구가 이해했을지는 잘 모르겠다.
 


 어빙 셔츠를 찜해두고는 가격비교를 하러 다른 매장에 갔다가 해당제품이 없어 다시 되돌아왔다. 그런데 다시 보는 어빙셔츠는 방금 보면서 느꼈던 작년 플레이오프의 그 감흥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충 어빙을 그려넣다가 만 흰 티셔츠에 지나지 않았다. 이번엔 내 변덕에 소름돋으면서 나이키 매장을 나왔는데 조금 걷다보니 나이키 매장이 또 나왔다. 그곳에서 지금 입고 있는 그래픽 티셔츠와 빅토리아 하버가 그려져 있는 나이키 홍콩 셔츠를 샀다. 형에게 선물을 줄 수도 있겠지만 네 달 뒤에나 가능하겠기에 내가 잘 입다가 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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