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18의 게시물 표시

하루키식 글쓰기 연습-에어맥스 97

"평소에는 뭐하세요?" 그녀는 이렇게 물어봤었다. 저녁 늦게 팀플을 마치고, 지친 머리를 식힐 겸 두서없는 몇 마디를 주고 받는 중이었다. 하지만 무심코 들어온 질문에 나는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그게... 유튜브 봐요." 머뭇거리다 나온 시시한 대답에, 그녀의 얼굴은 흥미를 잃은 티가 역력했다. '허름한 옷차림에 시시하기 짝이 없는 취미 생활을 가진 고학번 남학생' 이라고 적힌 포스트잇이 이마에 붙여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이키 에어맥스 시리즈를 검색해 보고 새로 나온 커스텀은 없는지 확인해봐요" 따위의 대답이 들어갈 분위기는 아니었으니까. 주름도 채 펴지지 않은 셔츠에 몇 년은 입은듯한 청바지를 고수하면서, 20만원은 기본으로 하는 운동화를 취미 삼아 구경한다니 이렇게 글로 써봐도 당최 말이 안되는 소리다. 하지만 정말 그렇다.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에어맥스 97 미드나잇'을 3개월째 신고 있으면서, 이마에 붙여진 포스트잇에 온몸으로 저항하는 것이다. '사실 네 생각보다 더 단단하게 지면을 밟고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