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남학생의 궁핍한 홍콩여행-31일차의 오션파크

 토요일에는 오션파크를 갔다왔다. 나는 뭘 하는 곳인지 몰랐다. 할로윈 파티를 한다기에 아 그래 9월 말이면 할로윈이지 하는 생각으로, 인터넷에 할인가도 있다기에 아 그래 300달러 정도면 괜찮은 거겠지 하는 마음으로 표를 사서 가게 된 것이다. 근데 왜 할로윈은 10월 말인데도 9월 말부터 할로윈이라고 홍보를 해서 사람을 헷갈리게 만들고 뭔놈의 놀이동산 입장료가 5만원이나 하는지 모르겠다. 하긴 원래부터 이런 것들을 다 알고 있었다면 영영 오션파크는 구경도 못했을테다.

 하 근데 할로윈 파티랍시고 해놓은 것들이 너무 무서웠다. 처음에 뭣도 모르고 들어간 곳이 하필이면 귀신의집이었다. 영어로는 Hunter House라고 하는데 이게 귀신의 집인지 아니면 놀이기구같은 건지 알길이 없었다. 나는 대낮부터, 또 이렇게 입구부터 있는 것이 귀신의 집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어서 엉겁결에 들어갔다가 혼쭐이 났다. 사실 안에는 아무것도 없다. 근데 정말 아무것도 없어서 아무것도 안보인다. 요만한 빛조차도 없어서 아무리 암적응을 하겠다고 한쪽눈을 손바닥으로 가리고 뭘 해도 아무 것도 안보인다. 어둠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가 나를 옥죄어 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후다닥 달려나왔다.

 오션파크는 정말 넓었다. 세 네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다른 구역으로 가려면 케이블카를 타고 이동을 해야 했다. 그리고 이렇게 넓어서 그런지 줄을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보통 낮에 놀이기구를 타고 밤에 귀신의 집을 가는 경향이 있어서 낮에 귀신의 집을 가고 밤에 놀이기구를 타게 되면 시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다. 그래도 그렇지 하루종일 놀이기구를 얼마나 많이 탔는가 밤이 되자 몸이 너무 뻐근했다. 소리를 또 원체 많이 질러서 목도 아팠다. 옛날에는 놀이기구에서도 그냥 무덤덤하게 있는 것이 재밌었는데 요즘에는 있는대로 소리질러 가면서 타는 것이 더 재밌는 것 같다. 

 모든 놀이공원이 그렇겠지만 물가가 원체 비싸서 아무것도 사 먹지 못했다. 오기 전에 점심을 바깥 맥도날드에서 먹으면서 1500원짜리 햄버거를 두개 사서 친구와 나누어먹었는데 조금이나마 요기가 되었다. 그래도 저녁을 먹을 생각을 꿈에도 못하고 9시까지 공복으로 놀 수 밖에 없었다. 올해의 오션파크는 쏘우를 컨셉으로 지어져서 귀신의 집 중에는 쏘우에서 나오는 고문 기구들을 형상화 해 놓은 곳이 있었는데 그곳을 차마 들어가질 못했다. 심지어 올해 한 명이 심장마비로 죽었다고도 한다. 그냥 그런 곳이 있구나 하는 정도로 남겨두기로 했다. 어쨌든 쏘우를 형상화하는 음식들도 많았다. 상징적인 제품인 오디오 테이프를 빵과 화이트 초콜렛으로 구워서 내놓은 음식도 있었고 주사기에 소스를 담아서 고기에 꽂아놓은 음식도 있었다. 물론 그런게 있구나 하는 정도로만 남겨두기로 했다.

 저녁 7~8시 정도부터는 사람들이 워낙에 놀이기구를 타지 않아서 대부분 마감을 한다. 놀이기구는 많이 탔고, 귀신의집은 가기 싫고 해서 아쿠아리움과 분수쇼가 있는 중앙 구역으로 내려왔는데 이곳은 또 놀이기구들이 가진 매력과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물고기를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정말 이쁜 물고기들이 많이 있었다. 분수쇼도 잘 조성되어 있었는데 중간중간에 화염방사기가 작동할 때마다 몇십 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열기가 느껴졌는데 시국이 시국인지라 핵폭탄이 떨어지면 정말 증발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자동으로 들었다.

 모든 것을 둘러본 후에야 아차 싶어서 팬더 마을로 갔다. 아쉽게도 팬더들은 모두 자고 있었다. ㅜㅜㅠㅜ엉엉 랫서팬더도 있었는데 보지 못했다. 다만 CCTV로 팬더가 자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꼭 술취한 아저씨처럼 자고 있었다. 팬더구경까지 마치고서야 놀이공원에서 나와 몽콕으로 향하여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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