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남학생의 궁핍한 홍콩 여행-13일 차의 코즈웨이베이(1)



 무료한 토요일을 피하기 위해 룸메이트와 코즈웨이베이로 향했다. 다행히도 내 학교 앞에서 바로가는 버스가 있었다. 코즈웨이베이는 홍콩섬에 있기 때문에 바다를 건너야한다. 지하도로와 다리가 잘 되어있어 지상 수단으로도 충분히 다닐 수가 있지만 홍콩 수준의 디테일로는 틀림없이 어느 한 곳에서는 물이 새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2층 버스에 올라가게 되면 그런 걱정은 하지 않게 되는 것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탐에도 불구하고 버스의 좌석이 상당히 많아서 2층으로 올라가게 되면 쾌적하고 안락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아마 내가 홍콩에서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쾌적함이 아닐까 싶다. 이 습하고 디테일 없는 나라에서...

 사실 코즈웨이베이에 대한 사전 정보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거대한 쇼핑몰들을 보고는 눈앞이 아득했다. 누가 홍콩이 쇼핑의 도시라고 했는지... 사실 홍콩에선 쇼핑할 수 있는게 없다. 길거리에서 파는 옷들은 수준이 한참 미달이고, 쇼핑몰에서 파는 옷들을 사기에는 내 경제 수준이 한참 미달이다. 홍콩에서 쇼핑을 하는 사람들이 전자를 산다고 할 수는 없고 틀림없이 후자를 노리고 다들 쇼핑을 할 터인데 다들 그렇게 잘 사나, 내 경제 수준이 이거밖에 안되나 자괴감도 들고...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출발하였기에 뭘 좀 먹어야겠다 싶어 기어들어간 곳은 맥도날드였다. 룸메는 어쭙잖은 길거리 음식을 먹느니 맥도날드를 먹겠다고 했고 나는 그 말에 동의한다. 이 곳의 음식들이 대체로 기름진데, 그 꽃이 길거리 음식이다. 온통 튀기고 지지고 볶는데 기름기가 줄줄 흐른다. 종이같은 걸로 받치고 길거리 음식을 먹는다 치면 종이를 뚫고 기름이 흘러 나올 정도이다. 또한 여기 맥도날드 가격이 좀 괜찮기도 하다. 더블치즈버거와 맥스파이시 세트는 24홍콩달러이니 3200원 정도면 든든하게 먹을 수 있다. 돈이 좀 있다면 40달러가량 투자하여 (6~7000원) 맥도날드 시그니처를 먹을 수도 있다. 물론 나는 전자를 택했다.

 맥도날드로 배를 채우고 나서 짧은 회의를 통해 선정한 다음 행선지는 이케아였다. 한국에 있는 이케아도 가보지 못했던 나였기에 내게 이케아란 500일의 썸머에서 보았던 로맨틱하고 유쾌한 장소로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직접 경험한 이케아 역시 기대를 벗어나지 않았다. 단순히 가구들의 활용만으로 주거 공간의 느낌이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였다. 한때 그냥 갖고오는 것이 괜찮은지에 대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이케아 연필도 하나 주워올 수 있었다.

홍콩 생활 공간의 문제점 중에 하나는 에어컨이다. 대부분의 공간에서 파워냉방을 실시하고 있다. 일본처럼 문을 열어놓고 냉방을 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희한하게도 전기료가 가장 싼 곳은 한국인데 냉방비를 가장 아끼는 곳도 한국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케아도 파워냉방을 실시하고 있어서 우리는 따뜻한 곳을 찾아 떠나야했다. 그렇게 바로 앞에 있는 빅토리아 파크로 향하게 되었다.

 홍콩은 그 뭐냐, 내가 살고 있는 세종시에서 추구하고 있는 도심 녹지화? 맞나? 그거를 충실히 실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든 공간의 지대가 비쌀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지역마다 공원이 하나씩 있다. 침사추이 금싸라기 당 한 가운데에 존재하는 kowloon park와 거대한 쇼핑 단지 바로 앞에 존재하는 빅토리아 파크까지, 또 길거리와 도로에도 가로수가 잘 조성되어 있다. 관리가 잘 안되고 있다는 사실은 둘째로 치더라도 나무를 계속 심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가 배울만 하다.


 빅토리아 파크는 상당히 컸다. 조깅 트랙이 있고 가운데에는 드넓은 잔디밭이 있었다. 한창 더울 때라 사람들이 없을 줄알았는데 잔디밭에서 공과 놀고있는 한무더기의 남정네들과 철봉을 하던 근육질의 아저씨, 무엇보다도 한창 달궈졌을 우레탄 코트위에서 농구를 하는 사람들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여기는 길거리에 한국만큼 헬스 클럽이 많지 않다. 사실 헬스장이 학교 밖에 있는 것을 본적도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뚱뚱하지도 않고, 오히려 몸이 좋은 사람들이 많아 가끔씩 놀란다. 다들 생활 버닝을 어느 정도 시행하고 있는 듯하다. 운동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시원한 레몬티를 마시고 있으려니 몸에 죄를 짓는 기분이었지만 여유를 한껏 즐길 수 있었다.


 학교로 돌아가기 전에 서점을 들렀다. 별 생각없이 룸메이트를 따라간 것이었지만 책 디자인이 의외로 깔끔하게 되어있는 것을 보니 놀라웠다. 이 사림들도 미적감각이란게 있는 것이었나...! 이제껏 미적감각이 한국과 다른갑다 하고 길거리의 포스터를 볼 때마다 자위해왔지만, 책의 디자인을 보니 이 사람들도 동양의 미적감각, 여백의 미와 캘리그라피에 대한 감각을 갖고는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단지 개의치 않을 뿐인 것인가...! 참 알다가도 모를 동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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