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식 글쓰기연습-이런 경기, 저런 경기

 월드컵이 끝났다. 특별히 응원하는 팀 없이도 언더독 기질을 충분히 발휘하여 결승전 경기를 방에서 관람했다. 약체로 평가받던 크로아티아의 패배로 끝나고 말았지만 한 두어달 정도 흥밋거리를 잔뜩 만들어줬기에 정말 재밌었던 월드컵으로 기억에 남지 싶다.

 이상하게 축구는 보는 것, 하는 것 다 좋아하는데 막상 한 것은 손에 꼽는다. 군대에 있을 때, 그리고 홍콩에서 교환학생을 하던 시기 정도만 내 인생에서 축구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었던 때일 것이다. 공을 차고 달리는 일은 좋아하지만, 사람들을 모으고 경기장을 빌리는 일은 또 다른 문제다. 내가 만약 모든 사람들이 탐을 내는 아마추어 축구선수였다면 그런 시덥잖은 일 정도는 '너네가 알아서 해 놓으라구' 하면서 배짱을 부릴 수도 있겠지만 현실이 그렇게 녹록지는 않다.(훌쩍훌쩍)

 어쩌면 그렇게 직접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서 보는 것을 더 즐기게 되는지도 모른다. 여기서 축구를 본다는 것은 말그대로 사람들이 공을 잡고 뛰는 것을 보는 수준이라서 전술이고, 선수 명단이고 전혀 모른다. 애초에 머리가 좋지 않아 그런 것을 알지라도 공을 잡고 뛰는 것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모를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이강인 선수가 아시안게임 선수 명단에서 제외되었다는 기사를 봤을 때도 왜 이 문제가 이렇게까지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는 것인지 알지 못했다.

 물론 이강인 선수는 알고 있다. 내가 사는 기숙사 1층에는 나눔박스라는 것이 있어서 학생들이 서로 안쓰는 물건을 공유할 수 있게끔 되어있다. 예상하겠지만 아무도 쓸만한 물건을, 그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무상으로 공유하려고 하지 않기에 거기에는 신문지 한장만이 깔개로 놓여있을 뿐이다. 그 신문지에-아마 스포츠 신문같은데- 이강인 선수의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실어 놓았기에 기숙사를 오며 가며 그 선수의 존재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스페인 귀화니 뭐니 하는 복잡한 문제들 역시 그 이후에 알게 된 내용이었다. 

 
아..다시보니 백승호 선수였네..
이번 아시안 게임에 이강인 선수가 빠지면서 감독이 아끼는 선수가 들어서게 되었고, 사람들은 그것에 분노하고 있다. 잘 모르지만 아마 '아끼는 선수'가 이강인 선수보다 잘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에 그런 의견들이 나오고 있을 것이다. 감독을 옹호하는 입장을 보니, 이강인 선수는 17살이라고 한다.(나는 그 때 아마 gs슈퍼마켓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실전 경기에 멤버로 뛰기에는 너무 어리고 약하다는 게 기사의 요지였다. 물론 감독이 그런 것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아끼는 선수'이기에 뽑은 것이 유력해 보이지만, 나름 일리 있는 주장이었다. 흥, 나는 그 나이에 아르바이트 같은 거나 하고 있었는데 누구는 국대로까지 뽑힌단 말이지. 안 될 말이다.(농담입니다)

 이건 야구 관련 기사였는데, 무사 1루 상황에서 번트를 하는 것은 상당히 비합리적인 사고 방식이라고 한다. 한국야구는 투수에 비해 타자의 실력이 높기 때문에 그냥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하도록 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이 번트를 주장하는 것은 '득점 상황에서 감독이 보고만 있다는 것이 자존심 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스포츠 전문 기사의 주장이었다. '흥,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간다고?' 하는 식으로 그런 주문을 넣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번트를 대면 주자가 2루로 가는 명백한 상황이 펼쳐지고 정상적인 플레이를 가면 높은 확률로 주자가 1, 2루로 갈텐데, 어차피 2루로 주자를 보내는 것이 목적이라면 이 정도는 내가 개입해도 되겠지 하는 식으로 감독이 '번트!' 사인을 내릴 지도 모르는 것이다. 
 
 

 경기를 선수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참 안타깝기 그지없다. 뙤약볕에서 열심히 연습한 나는 이 투수의 공을 분명히 칠 수 있을 것 같은데 저기 그늘에서 구경하는 아저씨가 희생 번트를 넣으라고 하네, 하는 사고 방식이 즐거울 리 없다. 하지만 경기란 선수만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요즘 들어 드는 생각이다. 어떻게든 개입하고 싶어하는 감독도 있고, 제대로 된 콜 하나 부르지 못하는 무능한 심판도 있는 법이다. 그래서 이런 경기도 있고 저런 경기도 있게 되는 것이겠지요. 이래서는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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