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식 글쓰기 연습 - 내 방이 좋아

한가해서 그런건지, 요즘에는 자꾸만 기숙사 방으로 돌아와 버리는 경향이 있다. 물론 할 일을 다 끝내지 않고 도중에 방으로 가버린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역시 한가하기 때문에 아무도 날 막지 않는다. "그럼 뭐가 문제야?(투덜투덜)" 방에 와 버리면 왠지 모르게 더 한가한 사람 같아 보인달까. 얼굴도 모르는 룸메이트들에게 "저 형은 매일 방에만 있나봐" 하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은 것이다. 어느 정도 사실인 말도 듣기 싫을 때가 있는 법이다.

그런 이유로 오늘도 도서관에서 방으로 와버렸다. 옆에 앉았던 사람이라면 저 사람은 와서 책 좀 뒤적거리다가 한참 자더니 일어나서 가버리네 하고는 혀를 찰 지도 모른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경각심을 얻고자 도서관을 선택한 사람이었다면 약간은 미안한 감정까지 들 정도다. 나에게서는 얻고자 했던 경각심을 전혀 얻을 수 없었을 테니까...

그래도 어쩔 수가 없다. 날이 이렇게 더운데도, 이상하리만치 에어컨이 빵빵하게 틀어져있는 도서관 보다도 냉방기구라고는 선풍기밖에 없는 내 방이 좋다. 아직 룸메이트가 들어오지 않은 방에서 팬티 한 장만 걸친 채로 선풍기 바람을 맞으면서 글을 쓰고 있는데 세상 편하다. 이런 저런 쓰레기들로 가득 찬 책상 한가운데를 열심히 비집고 파내어 공간을 만들고는 노트북을 놓고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아, 편하다.

오늘은 프랭크 오션의 "Pink + White"가 머릿 속을 맴돈다. 유병언이 커버한 '눈이 마주친 순간'에 짧게 들어가 있는 곡이다. 처음에는 유병언이 부른 노래에 비해 Frank Ocean의 노래는 지나치게 쿵짝쿵짝 거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만도 있었지만, 원곡도 원곡 나름대로 좋은 느낌이 있다. 그래서 노트북으로 그 노래를 틀어놓고 한동안 느긋하게 있었다. 굳이 이런 저런 스피커를 쓰지 않고도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삶을 한결 가볍게 만들어주는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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