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식 글쓰기 연습- 학교 안 중국집 돈까스

 "오오, 이런 것이" 하는 것들이 있다. 뭔가에 홀린듯이 바라보고는 그래, 결국에는 이것이야, 하는 생각을 멋대로 해버리는 것이다. 한 설명회에서 봤던 '오리가미(종이접기) 로봇'이 그래서, "이 정도라면 들고만 있더라도 멋지겠는걸" 하고는 멋대로 관련 캠프를 신청해버렸다.

 그 캠프는 스타트업을 위한 해커톤 류의 느낌이어서, 참가자들은 주어진 신기술을 가지고 자신의 창업 아이템을 설명하는 식이었다. 스무명 남짓의 참가자들이 모여 자기소개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저녁을 먹을 때 즈음 집에 가고 싶어졌다. 어느새 보니 멋진 기술은 사라지고 골칫덩어리 하나와 처음 만나는 사람들 뿐이었으니까.

 사람들 만나는 일을 버거워 하는지라 그 자리가 정말로 힘겨웠다. 그들에게 왜 종이접기 로봇이 멋졌는지(멋져보였는지, 지만) 설명하는 것이 참으로 고역이었다. 아니, 그때는 멋져 보였는데 지금은 골칫덩어리인걸 하고 말하려고 해도 때는 늦었다. 그런데 또 하다 보면 나름 잘 하는 일이라 모두들 그거 멋진걸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것이다(사실은 모두들 아무 생각이 없어 그렇게 밀어붙여줄 사람을 찾고 있었을 테다). 이미 나는 집에 가고 싶었지만.

 하지만 일은 그걸로 끝나지 않고, 기어이 하룻밤 동안 무슨 생각을 했는지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만 한다. 그 과정에는 세 시간 동안 무슨 생각을 했는지, 다섯 시간 동안 무슨 생각을 했는지 이야기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왜 이러고 있을까요 물어보려고 해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이러려고 온 거 아닌가요 하는 대답이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려고 온 게 아니었는데요! 멋대로 오리가미 따위에 홀려버려서는 정신을 차려보니 이건 아니잖아요- 라고 말했어야 하나 싶지만 결국 그 과정을 모두 끝내고야 말았다.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5분 이야기 한 후 멋진 아저씨들이 그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15분 들은 후에 다른 사람들이 지금껏 무슨 생각을 했는지 듣는 과정만 두 시간 가량 걸렸고, 다른 사람들 상 탈 때 박수 쳐주는 것이 또 한 시간이었다.

 털레털레 캠프를 끝내고 학교 안 중국집에서 돈까스를 먹다가 생각했다. "이런 건 아무래도 싫다!" 그저 돈까스 먹으면서 책을 읽고 이 기분을 어떻게 써볼까 하는 생각이 편했다. 식당에서 나오는 길에는 1등을 한 팀이 회식을 하고 있길래 종종걸음으로 걸어 나와야 했지만...

 방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아무래도 기분이 착 가라앉은 듯하여 친구를 불러 리얼딸기라떼를 먹으려고 했다. 아, 러시아로 가 있던가. 결국에는 그저 방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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