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식 글쓰기 연습-글쓰기의 소재

학교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에는 상당히 다양한 종류의 나무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오늘은 실로 대단한 나무를 보고 말았다. 기본적으로 이파리가 큰 나무였는데,마치 커다란 소의 혓바닥 같은 모양이었다. 플라타너스는 그러면 커다란 도마뱀의 갈라진 혓바닥 같은 모습이려나? 그 정도로 커다란 나뭇잎을 가진 나무였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 나무에 익어가는 열매였다.처음엔 밤인줄 알고, 저게 떨어질때 지나가던 사람이 맞으면 굉장히 곤란하겠는걸 하는 생각을 가졌다.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밤나무의 이파리가 아닐뿐더러 밤의 형태와도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더 단단하고 무거워보여서 밤보다도 무서운 존재가 되지 않겠나. 이런 생각을 하며 하굣길을 조심조심 걸어 왔다. 아직 익어서 떨어질 때는 아니겠지만 괜히 열매에 맞게 된다면 상당히 곤란한(밤보다도) 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어디다 화풀이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쩐지 '굉장히 곤란하겠는걸'이라는 말이 마음에 들어서 글로 써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어떤 주제들이 글로 써보기 좋으냐고 물어온다면 마땅한 답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그런 것들이다. 머리 속에서 빙빙 돌며 잊어버렸다가 생각나기를 반복하는 주제들.

다른 예시로는 '이 학교 다니면서 좋은 점이 뭐였어요?'하는 것이었는데, 지난 번 학교 창업 캠프에서 다른 학교를 다녔던 팀원이 물어왔던 것이다. 어디까지 이야기를 해야 할까, 성취감? 자부심? 자만심? 고민하다가 적절하게 내놓은 답은 '학교가 커서 나무가 많고 걷기 좋다' 라는 것이다. 학교의 맨 꼭대기, 관악산 중턱에나 있는 공대서부터 경영대까지 걸어올 일이 잦은 나로서는 고맙기 그지없는 일이다. 망친 시험이나 퀴즈 생각을 할 게 아니라 맞으면 곤란할 열매를 생각할 수 있는 길이 학교 다니기를 세 걸음 정도 좋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

그나저나 복수전공생의 외로움을 '이방인'이라는 제목으로 공대 UCC공모전에 내볼까 생각 중인데 공대생들 중에 까뮈의 '이방인'을 읽어본 사람이 있을까 고민이다. 아무도 모르면 패러디의 의미가 없으니...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Answers for Sound and Vibration exmples

아두이노 - 안드로이드 블루투스 연결 및 실시간 그래프 표현 (1)

하루키식 글쓰기 연습-에어맥스 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