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식 글쓰기 연습-20% 덜 떨어진 국민연금 개정 권고안

 홍콩에 있던 교환학생 시절에 보험관련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매우 기초적인 내용이어서 별로 집중한 적은 없었지만, 연령별 사망률 도표는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다. 이야, 이런 걸 잘도 정리해 놓았군 하면서 감탄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죄송하지만 남편 분의 사망 사실을 토대로 확률을 만들어야겠습니다" 하고 나선다면 어디서든 내쫓기기 마련일텐데도 남몰래 그런 도표를 작성하고 있던 것이다. 그런 도표를 바탕으로 20대가 여행을 가며 여행자 보험을 가입할 때 적정 가격과 정년퇴직한 사람의 보험 가격을 계산하곤 했다.
 
death probability by age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그 당시 배웠던 그 도표는 아니지만(지금 생각해보면 나이 한 살 한 살 마다 확률이 적혀져 있는 매우 자세한 표였다. 그 당시에는 뭐 이런게 다있어 하며 질색했지만) 확률은 대충 비슷할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X축에 적혀있는 연령 대에서는 Y축에 적혀있는 숫자 중 한 명 정도는 죽는다는 것이 그래프의 요지가 되겠다. 아무리 봐도 정이 가지 않는 그래프지만, 나름대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해외 여행을 갈 때 여행자 보험에 가입한 적이 여러 번 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굳이 가입을 했어야 했나 후회했던 적이 많다. 열흘 이내로 다니는 짧은 여행은 여행자 보험 비용이 그렇게 부담되지 않기에 이 정도라면 '보험' 수준으로 적절하군 싶었지만 교환학생을 4개월 정도 갔을 때는 10만원이 넘는 금액을 보험 비용으로 지급했어야 했다. 교환 학생을 가는데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였기에 뭐 불평을 달 여지조차 없었지만, 홍콩에서 실밥 네 개를 풀어내는 정도의 1분도 걸리지 않는 작업에 7만원을 지급하고서 보험으로 한푼도 되돌려 받지 못했을 때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보험 상품들이 존재하는지 분통이 터졌다. 아무리 그래도 저런 표를 잘도 만들어서는 이 정도 금액으로 이런 확률을 막자고 하는 장사꾼들의 말은 당해낼 재간이 없을 것이다.

 뜬금없이 반년도 더 지난 도표를 갖고 온 것은 국민연금 개정안을 조금 살펴 보았기 때문이다. 더 많이 내고 더 늦게 받는 모양새로 권고안이 작성되었다기에, 얼마나 늦게 받을 것이며 아예 못 받을 확률은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기존의 60세에서 65세로 늦어진 것은 확률적으로는 20% 정도 아예 못 받을 확률이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죽고 사는 것에 이런 확률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죽고 나면 끝인 것을. 20%라고 내가 죽으면 그거야 말로 제대로 분통터지는 일이다.

 사람들의 반대여론이 워낙 거세다 보니 보건복지부는 확정안이 아니라 권고안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어떤 사람들이 무슨 생각으로 이런 권고안을 멋대로 만들어서 언론에 배포했는지 모를 일이다. 뇌가 보통 사람의 20% 정도 덜 찬 사람이 아닐까 멋대로 생각하더라도 신경을 쓰지 않을 사람일 것이다.

원본 기사: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8&no=505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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