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남학생의 궁핍한 홍콩 여행 36일차의 중추절
추석이지만 쉬지 않는다. 홍콩은 특이하게도 공휴일 다음날을 자꾸
쉬려고 한다. 오늘이 본 추석날이지만서도 내일을 휴일로 정한 것은 분명히 변태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뜻일 게다. 그래도
다행히 추석 저녁은 또 중히 여기는지, 오후 6시 이후에 있는 수업은 휴강이 되었다. Mid-autumn festival을 하는
코즈웨이베이로 구경을 가기로 했다.
코즈웨이베이에서는 홍콩의 중추절마다 특이한 행사를 한다고 했다. 긴 행렬이 호랑이 탈을 쓰고 춤을 추는 그런 행사라고 하는데 약간 뮬란에서 봤던 호랑이 탈 행렬을 떠올리게 한다. 오후 여덟시 반부터 열 시까지 진행이 된다고 했지만 어디서 하는지 알길이 없었다. 그래서 일단 빅토리아 파크에서 열리는 연등 축제를 구경가보기로 했다. 한국에서 청계천에 연등을 설치해 놓고 축제를 하듯이 여기서도 넓은 빅토리아 파크를 연등으로 가득채웠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버스가 막힐 것을 대비하여 조금은 이른 시각인 일곱시 십분에 버스를 타러 나갔지만 의외로 전혀 막히지 않고 십 분 만에 도착하였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한국만큼 이쁘지가 않았다. 웬 희한한 동물 모양 연등을 자꾸 설치해 놓은 품이 옷에 그려져 있는 이모티콘을 연상시켰다. 동물 모형을 만드는 것은 좋지만 그것을 연등으로 만들었을 때, 모서리마다 각이지고 여기저기 누덕누덕 기운 듯한 인상을 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은 몇 년 째 연등 축제를 진행하면서도 깨닫지 못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공연도 여러개 진행되고 있었는데 오케스트라 공연도 있었다. 웅장한 모습을 기대하며 여덟시가 되기를 기다렸고 드디어 오케스트라가 시작되는갑다 하는데 웬 진행요원들만 자꾸 무대로 들어왔다. 단체 티셔츠에 청바지 따위를 입은 사람들이 악기를 들고 들어오길래 아 비가 와서 악기 세팅을 지금 하는갑다 하는데 그 길로 자리에 앉아 음악 연주를 시작했다. 오케스트라가 서양식이 아니라 그냥 순 홍콩 전통 악기들로만 연주를 하는 것이었다. 익숙지 않은 나로서는 홍콩 음악이 지루하기 짝이 없어 그냥 자리를 빠져나왔다.
다리는 아프고, 갈 곳은 마땅치 않고, 의욕을 떨어지는 찰나에 그냥 높은 곳에 올라가서 호랑이 행렬을 구경하기로 했다. 그래서 옛날에 갔던, 서점이 있는 높은 빌딩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중간에 애플 스토어가 있어 구경을 잠깐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못 나올 줄은 모르는 채로....
홍콩의 애플스토어에는 드디어 아이폰8이 전시되어 있었다. 지난번에 센트럴에 있는 홍콩 최대의 스토어에 갔을 때는 11월이 되어야 들어온다고 그랬는데 그것은 아이폰X에 대한 이야기였고 아이폰8은 먼저 들어오게 된 모양이었다. 말로만 듣던 유리 외관도 이쁘게 잘 마감되어 있었다. 아무리 욕을 한다지만 그래도 아이폰은 아이폰인 모양이었다. 누가 유리로 휴대폰을 마감할 생각을 할까? 그러던 찰나에 함께 있던 룸메이트가 자기 휴대폰도 유리로 마감이 되어있는데 무겁고 잘 깨진다며 단점을 이야기해줬다. 응...? 아이폰이 처음이 아니야...? 하는 의문을 가지고 설마 뭐가 다르겠지 하며 룸메이트의 갤럭시 A7을 확인해 보았다. 똑같았다. 그 순간 아이폰 8은 1년만에 내놓는다는게 고작 아이폰6부터 2년동안 하나도 바뀌지 않는 디자인 그대로 차용한 것 뿐인 속터지는 휴대폰이 되었다.
아이폰들의 배경화면에는 아이폰 시리즈 넘버가 붙어있는데 아이폰8은 그것이 없었다면 당최 이것이 7인지 6인지 구분을 못할 것이다. 아 그래, 뒷면이 다르다. 뒤집어봐야 아는 존재이다. 직원들이 굉장히 친절하여 구경을 하고 있으면 친근하게 와서 'Hi!' 혹은 'Have a nice evening!'이라며 인사를 해주는데 마침 다가온 직원에게 혹시 아이폰7이랑 아이폰8의 차이점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다. 'Of course, when you look at the back....'하는 찰나에 기능적인 차이점은 없냐고 다급하게 물어보았다. 그래 임마 유리 마감 알겠다. 그랬더니 AR기능으로 설명해주었다. 앱을 통해 증강현실을 구현하는 것을 보여주었는데 그래도 이건 신기했다.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증강현실이 구현되고 있었다. 그래서 아 이게 아이폰7에서는 지원이 안되나요 했더니 물론 된단다. 근데 아이폰8이 훨씬 빠르다고 한다.
또 뭘 주섬주섬 준비하더니 이번에는 나를 카메라로 찍으며 인물사진 모드를 보여주었다. 아 광고로만 봤던 그거구나, 심드렁하게 있는 찰나에 순식간에 인물만 가려내서는 배경을 지우기도 하고 배경을 흐리게 만드는 효과를 주기도 하였다. 오오 이거는 대단한 능력이군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인물사진모드와 AR을 합해서 얼굴만 따와서 AR로 합성을 하는 기술을 보여주었지만 이제 뭐 그러려니 했다. 아무리 기능이 좋아져도 좀 디자인을 바꿨으면 좋겠다. 아이폰6는 매력적인 디자인이었는데 이제는 진부한 디자인이 되어 버렸다. 이렇게 성능만 계속 좋아질거면 그냥 아이폰6s 가 그러했듯이 아이폰6ss나 아이폰7s를 내놓을 것이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설명해주는 직원분도 아이폰8을 쓰고 있기에 이거는 회사에서 지급이 되는 건가요 물어보았는데 샀다고 한다. 원해서 샀을까 아니면 설명을 해줘야하니까 울며 겨자먹기로 샀을까. 아무리 DC가 많이 들어간다고 하지만 (친구는 아이폰7이 처음 나왔을 당시에 직원혜택으로 70만원에 구매를 한 바 있다) 도무지 이거를 새로 산 건지 아니면 그냥 아이폰7인지 구별이 안가서 지하철에서 아무리 흔들어 제껴도 저게 새로산 전화기구나 구별조차 할 수 없는 것을 그 돈 주고 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래도 아이폰8을 벗어나 맥프로와 아이맥, 맥os를 구경하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그렇게 놀다보니 호랑이 행렬따위 흥미가 떨어져 그냥 버스를 타고 기숙사로 와버렸다. 뭐 호랑이 행렬 재밌었겠지.
코즈웨이베이에서는 홍콩의 중추절마다 특이한 행사를 한다고 했다. 긴 행렬이 호랑이 탈을 쓰고 춤을 추는 그런 행사라고 하는데 약간 뮬란에서 봤던 호랑이 탈 행렬을 떠올리게 한다. 오후 여덟시 반부터 열 시까지 진행이 된다고 했지만 어디서 하는지 알길이 없었다. 그래서 일단 빅토리아 파크에서 열리는 연등 축제를 구경가보기로 했다. 한국에서 청계천에 연등을 설치해 놓고 축제를 하듯이 여기서도 넓은 빅토리아 파크를 연등으로 가득채웠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버스가 막힐 것을 대비하여 조금은 이른 시각인 일곱시 십분에 버스를 타러 나갔지만 의외로 전혀 막히지 않고 십 분 만에 도착하였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한국만큼 이쁘지가 않았다. 웬 희한한 동물 모양 연등을 자꾸 설치해 놓은 품이 옷에 그려져 있는 이모티콘을 연상시켰다. 동물 모형을 만드는 것은 좋지만 그것을 연등으로 만들었을 때, 모서리마다 각이지고 여기저기 누덕누덕 기운 듯한 인상을 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은 몇 년 째 연등 축제를 진행하면서도 깨닫지 못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공연도 여러개 진행되고 있었는데 오케스트라 공연도 있었다. 웅장한 모습을 기대하며 여덟시가 되기를 기다렸고 드디어 오케스트라가 시작되는갑다 하는데 웬 진행요원들만 자꾸 무대로 들어왔다. 단체 티셔츠에 청바지 따위를 입은 사람들이 악기를 들고 들어오길래 아 비가 와서 악기 세팅을 지금 하는갑다 하는데 그 길로 자리에 앉아 음악 연주를 시작했다. 오케스트라가 서양식이 아니라 그냥 순 홍콩 전통 악기들로만 연주를 하는 것이었다. 익숙지 않은 나로서는 홍콩 음악이 지루하기 짝이 없어 그냥 자리를 빠져나왔다.
다리는 아프고, 갈 곳은 마땅치 않고, 의욕을 떨어지는 찰나에 그냥 높은 곳에 올라가서 호랑이 행렬을 구경하기로 했다. 그래서 옛날에 갔던, 서점이 있는 높은 빌딩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중간에 애플 스토어가 있어 구경을 잠깐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못 나올 줄은 모르는 채로....
홍콩의 애플스토어에는 드디어 아이폰8이 전시되어 있었다. 지난번에 센트럴에 있는 홍콩 최대의 스토어에 갔을 때는 11월이 되어야 들어온다고 그랬는데 그것은 아이폰X에 대한 이야기였고 아이폰8은 먼저 들어오게 된 모양이었다. 말로만 듣던 유리 외관도 이쁘게 잘 마감되어 있었다. 아무리 욕을 한다지만 그래도 아이폰은 아이폰인 모양이었다. 누가 유리로 휴대폰을 마감할 생각을 할까? 그러던 찰나에 함께 있던 룸메이트가 자기 휴대폰도 유리로 마감이 되어있는데 무겁고 잘 깨진다며 단점을 이야기해줬다. 응...? 아이폰이 처음이 아니야...? 하는 의문을 가지고 설마 뭐가 다르겠지 하며 룸메이트의 갤럭시 A7을 확인해 보았다. 똑같았다. 그 순간 아이폰 8은 1년만에 내놓는다는게 고작 아이폰6부터 2년동안 하나도 바뀌지 않는 디자인 그대로 차용한 것 뿐인 속터지는 휴대폰이 되었다.
아이폰들의 배경화면에는 아이폰 시리즈 넘버가 붙어있는데 아이폰8은 그것이 없었다면 당최 이것이 7인지 6인지 구분을 못할 것이다. 아 그래, 뒷면이 다르다. 뒤집어봐야 아는 존재이다. 직원들이 굉장히 친절하여 구경을 하고 있으면 친근하게 와서 'Hi!' 혹은 'Have a nice evening!'이라며 인사를 해주는데 마침 다가온 직원에게 혹시 아이폰7이랑 아이폰8의 차이점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다. 'Of course, when you look at the back....'하는 찰나에 기능적인 차이점은 없냐고 다급하게 물어보았다. 그래 임마 유리 마감 알겠다. 그랬더니 AR기능으로 설명해주었다. 앱을 통해 증강현실을 구현하는 것을 보여주었는데 그래도 이건 신기했다.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증강현실이 구현되고 있었다. 그래서 아 이게 아이폰7에서는 지원이 안되나요 했더니 물론 된단다. 근데 아이폰8이 훨씬 빠르다고 한다.
또 뭘 주섬주섬 준비하더니 이번에는 나를 카메라로 찍으며 인물사진 모드를 보여주었다. 아 광고로만 봤던 그거구나, 심드렁하게 있는 찰나에 순식간에 인물만 가려내서는 배경을 지우기도 하고 배경을 흐리게 만드는 효과를 주기도 하였다. 오오 이거는 대단한 능력이군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인물사진모드와 AR을 합해서 얼굴만 따와서 AR로 합성을 하는 기술을 보여주었지만 이제 뭐 그러려니 했다. 아무리 기능이 좋아져도 좀 디자인을 바꿨으면 좋겠다. 아이폰6는 매력적인 디자인이었는데 이제는 진부한 디자인이 되어 버렸다. 이렇게 성능만 계속 좋아질거면 그냥 아이폰6s 가 그러했듯이 아이폰6ss나 아이폰7s를 내놓을 것이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설명해주는 직원분도 아이폰8을 쓰고 있기에 이거는 회사에서 지급이 되는 건가요 물어보았는데 샀다고 한다. 원해서 샀을까 아니면 설명을 해줘야하니까 울며 겨자먹기로 샀을까. 아무리 DC가 많이 들어간다고 하지만 (친구는 아이폰7이 처음 나왔을 당시에 직원혜택으로 70만원에 구매를 한 바 있다) 도무지 이거를 새로 산 건지 아니면 그냥 아이폰7인지 구별이 안가서 지하철에서 아무리 흔들어 제껴도 저게 새로산 전화기구나 구별조차 할 수 없는 것을 그 돈 주고 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래도 아이폰8을 벗어나 맥프로와 아이맥, 맥os를 구경하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그렇게 놀다보니 호랑이 행렬따위 흥미가 떨어져 그냥 버스를 타고 기숙사로 와버렸다. 뭐 호랑이 행렬 재밌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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