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남학생의 궁핍한 홍콩 여행-24일차의 영화관

 현지 친구와 함께 영화관에 갔다 왔다. 재밌게 봤던 킹스맨의 뒤를 이어 킹스맨2가 개봉한다기에 교환학생 왔던 첫 주부터 손 꼽아 기다리던 일정이었다. 

 홍콩의 영화 가격이 비싸다고 친구가 말해주었다. 웬만해서는 100HKD 언저리 한다고 했다만, 최근에 룸메이트가 영화관 앱(홍콩은 영화관을 통합해놓은 앱이 존재한다!)을 받아서 확인해 보니 가격 차별이 충격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어떤 날은 50달러로도 영화를 볼 수 있는가 하면 가장 비싼 영화는 150달러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룸메는 28달러에 영화를 상영한다기에 학교에서 45분 떨어진 곳에 있는 영화관에서 '택시운전사'를 보고 온다고 했다. 가격폭이 워낙 널뛰다 보니 80달러가 넘어가는 영화는 바가지를 쓰는 느낌이라 앞으로는 영화관에 자주 갈 것 같지 않다. 토르가 나온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지겠지만...

 내가 갔던 곳은 가격이 싼 축에 속하는 영화관이었다. 몽콕에 있는 뉴포트 서킷이라는 곳인데, 밖에서 봤을 때는 정말 동네 영화관이구나 싶었지만 안으로 들어가니 그래도 멀쩡한 영화관 같은 느낌이 났다. 팝콘도 팔고, (우리나라에서 작은 사이즈가 40달러, 약 6000원으로 판매되고 있으니 비싼 편이다) 에스컬레이터도 있었다. 

 허름한 영화관도 그럭저럭 괜찮다 생각하며 넘어갔는데 문제는 영화였다. 처음부터 내가 트랜스포머를 보고 있는 것인가 생각될 정도로 근본이 없는 장면들이 나왔는데 문제는 끝까지 근본없는 영화였다는 사실이다. 트랜스포머는 외계에서 온 생명체라는 컨셉이라도 되는데 이 영화는 악당 한 명이 열댓명 되는 부하들과 손수 제작한 것인지 웬 로봇들을 데리고 세계를 자신이 만든 약으로 오염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무기로 활용하는 로봇들은 트랜스포머 뺨도 칠 기세인지라 도대체 무슨 능력으로 저런 것들을 준비했는지도 잘 와닿지 않고 또 준비할 거면 좀 대량으로 생산해 놓지 정말 딱 세 대 만들어 놓았다.

 채닝 테이텀을 꽤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도대체 이 영화에는 왜 출연했는지 모르겠다. 액션신이 제대로 나오는 것은 초반 한 번 뿐이고 그 뒤로는 악당의 약에 취해 냉동인간으로 존재하다가 결국 악당을 물리치고 나서야 치료를 받고 풀려난다. 이런 수준으로 3편까지 기대하면서 밍기적 밍기적 소재거리를 남겨둔 것일까?! 엑스맨 시리즈에서 날씨를 제어하는 능력을 가졌던 배우도 있었는데, 엑스맨에서는 액션신도 곧잘 소화해 내던 배운데, 아무래도 체력이 안되는 것인지 그냥 컴퓨터 제어하는 역할로만 나와서 아쉽기도 하였다. 죽다 살아온 콜린 퍼스는 1편에서만큼의 클래식한 분위기를 풍겨주지 못했고, 나머지 배우들은 영국과 미국을 섞어놓으려는 감독의 어설픈 연출에 희생당하고 만 느낌이었다. 도대체 영국 스파이가 미국 컨트리송을 부르면서 장렬히 산화하는 일은 도대체 왜 만들어 낸 것인지 모르겠다.

 로건에서도 울버린과 자비에 교수를 제외한 다른 기존 엑스맨 멤버들은 모두 죽은 채로 나왔다. 하지만 로건의 감독은 그들이 왜 죽었는지 제대로 밝히지 않았는데 이번 편을 보고 나니 정말 현명한 선택이었다. 킹스맨1에서 나름대로의 역할을 지닌 배우들이었는데 초반부터 난데없이 미사일을 맞아 다 죽는다. 충격적이라는 느낌보다는 아 인생이 이리 덧없던가, 주인공도 뭐 죽든 말든 별 일 아니겠구나 하는 허무함만을 느끼게 해주었다. 엑스맨의 배우들이 자비에 교수에 의해 어떻게 다 죽게 되었는지 영화에서 드러냈다면 영화 전개가 안 될 정도로 허무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렇게 기다리던 엔딩 크레딧을 보다가 영화관을 나오는데 영화관 출구는 또 영화관 외관보다도 훨씬 후줄근한 골목이었다. 냄새나고 어둡고 축축한 느낌에 진저리가 날 정도였다. 앞으로는 영화는 방에서나 보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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