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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식 글쓰기 연습 - 2018년 핀볼

 분명히 2006년까지의 나는 컴퓨터 핀볼을 즐겨했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부터, 컴퓨터로 할 수 있는 다른 일들이 생기며 자연스럽게 컴퓨터 핀볼은 멀리하게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윈도우 기본 게임이 사라지고, 컴퓨터 핀볼은 그 존재조차 희미해져갔다.  그런 핀볼 게임을 다시 꺼내든 것은 작년 상반기였을 것이다. 도서관에서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 책을 붙잡고 있다가, 문득 컴퓨터 핀볼을 다운로드 받았다. 내가 붙잡고 있는 책의 뒤편에 자리잡은 노트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찾느라고 그렇게 공부가 안되었을 것이다. 그래도 결국에는 할 일을 찾아냈으니, 제 역할을 다 한 셈이다. 시험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뇌가 그 정도 역할에 그친다는 것은 틀림없이 서글픈 사실이지만.  도서관에서 하는 컴퓨터 핀볼은 예전만큼은 아니겠지만서도, 분명히 그것만이 가지는 짜릿함이 있었다. 게다가 주위에 집중 못하고 있는 인간들이 수두룩할 때, 보란듯이 즐기는 게임은 더욱 즐거운 법이다. 하지만 남들의 시선을 받는 즐거움보다 눈치를 더욱 보기 시작할 때 쯤, 컴퓨터 핀볼을 끄고 다시금 책을 붙잡게 되었다.  그리고 2018년 요즈음, 또 다시 시험기간을 맞아 다시금 핀볼을 꺼내들었다. 로그 함수를 그리는 점수 성장 곡선에서 이제는 성장률이 더딘 시기에 접어들었지만, 꾸준히 점수를 올리는 맛이 또 있는 법이다.  1780만 점이 내가 기억하는 2005~2006년의 내가 올린 최고점이고, 나는 아직 그것의 60% 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시험기간이 끝나는 다음 주 화요일이 되기 전에 최고점을 갈아치울 수 있을 것라는 예감이 든다.

하루키식 글쓰기 연습-마스터베이션

 "마스터베이션이라면 틀림없이 모든 남자들이 하고 있는 행위이다" 라는 것은 지나친 자기 변호적 문구일지도 모른다. 덜 자기 위안적으로 말하자면 "틀림없이 나는 마스터베이션을 한다" 정도가 될테지. 그것도 최근 들어서는 내가 지나치게 많이 하고 있음이 틀림없는 사실이다.  나는 홀로 있을 때면 어김없이 마스터베이션에 대한 욕구를 느낀다. 어쩌면 왜곡되어 있다고까지 말할 수 있을 이 욕구가 언제부터 자리 잡은 것인지는 나로서도 확실치 않다. 그러나 또한 분명한 사실은 나의 이러한 행태가 상당히 피곤한 일이라는 것이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기에 적절치 못한 장소에서도 욕구를 느끼기도 하고, 더욱 피곤한 사실은 적절치 못한 장소일수록 욕구가 커진다는 사실이다.  욕구가 바로 마스터베이션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랬다면 필시 병원을 찾아갔었겠지만, 다행히도 아직까지 나의 개인적인 욕구가 사회 문제로 발전한 케이스는 없었다. 홀로 이뤄진다는 점이 마스터베이션이 가지는 안전함이 되는 것이지만, 이로 인해 생기는 불편함 역시 무시할 수가 없다. 나의 생활 중에서 분명히 상당히 많은 시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요즘에는 특히나 더- 아무에게도 이런 일과를 공유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가족은 말할 것도 없이 여자친구-있었을 때는 물론이거니와 없을 때는 더욱 확실하게-와 정말 친한 친구에게도 말하기 꺼려지는 것이 나의 마스터베이션에 관한 이야기다.  나의 친구 중에는 마스터베이션을 하고 있는 것을 거리낌 없이 공유하는 놈도 분명히 있다. 간혹 그의 방에 들어갈 때에, 그는 누군가 들어왔다는 사실보다 자신의 욕구 해소를 더 중요시했다. 이것을 개방적인 성격이랄까, 개인주의적 성격이랄까, 아무튼 그럴 때마다 혼란스러워지는 것은 나 뿐이었다. 가끔 그가 나의 방문을 더 반가워할 때가 있다. 그 때는 그가 마스터베이션을 중단하고 곧바로 나를 맞이하러 나오는데 곧바로 마스터베이션으로 돌아갈 작정인지라 아무 것도 걸치지 않고 등장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