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친구네 소파에서 생활하던 무직 남성이 세운 기업, 크록스


린든 핸슨, 온화한 미소 뒤에는 무시무시했던 역경이 숨어있다..

 사진 속의 남자 린든 핸슨. 막 40살이 된 2002년, 911 테러는 그의 직장마저도 앗아갔고, 아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간 상태였다. 집도 없는 그는 친구네 소파에서 생활하고 있었고, 그를 안쓰럽게 생각하던 친구 스콧 (Scott Seamans)는 기분전환겸 서핑이라도 가자고 제안했다.
Clog, 나무 재질로 된 신발


 마침 캐나다의 Clog (나무로 된 신발) 제작 회사에서 일하던 스콧은 서핑에 신을만한 신발을 몇 켤레 가져왔는데, 기운이 다 빠져가던 린든 핸슨은 신발을 보고 말한다. "너무 구리다..."
"이봐, 그래도 너 물놀이 할 거 생각해서 가져온 거라고" 스콧의 성화에 못이겨 신발을 신어본 린든 핸슨과 함께 있던 친구 조지 베데커 (George Boedecker)는 이내 Clog의 매력에 빠져든다. 나무 재질이라 별로 냄새가 나는 것 같지도 않았고 물에 젖어도 별로 티가 나는 것 같지도 않았다. 신이난 두 친구는 스콧에게 말한다. "그래도 디자인이 너무 구리다..."


"디자인은 Clog 인데 성능은 Crocodile이라서 제품명은 Crocs다!"

Clog의 장점만을 가져온 채, 고무 재질로 원가는 절감하고 구멍을 송송 뚫어 더욱 통풍과 물빠짐을 용이하게 해준 신발 Crocs의 시작은 그렇게 된 것이었다. "Clog 정말 유용한데 말이지, 너무 못생겼다" 하는 불평에서 나온 제품인 것이다. 사실 디자인으로 따지자면 Clog이나 Crocs나 거기서 거기다. 단지 가격 대비 디자인이 Crocs가 뛰어났던 것 뿐이다. 몇달 뒤 열린 보트 쇼에서 작은 부스를 차려 판매하기 시작한 Crocs는 기가 막히게 팔려나간다. 발에 땀 차세요? 크록-스! 땀이 고였어요? 물로 씻어요!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크록-스

본래가 서핑용으로 만들어진 신발이기에 물세척도 간편하고, 고리를 발목에 끼우면 쉽게 벗겨지지도 않는다. 문제는 가격이 너무 비싸다. 정가는 기본 7만원 선인데, 똑같은 디자인의 제품들을 시장에서는 만원 이하로도 살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우리의 친구 다이소에서는 5000원이면 뽕을 뽑는다. 남는 돈 65000원이면 두마리 치킨이 세 박스다.

"한 글자당 4000원. 이니셜 만드는데만 12000원, 풀네임은 기본 20000원부터-"

 물론 "원조"의 느낌은 돈주고도 못사는 것이다. 아, 65000원이면 살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충격적인 사실이 있다. Crocs 신발에 난 구멍에 끼워넣을 수 있는 패치들. 요 패치들을 Jibbitz라고 하는데, 그 원조는 딸들이 신는 크록스를 꾸며주고 싶던 한 아주머니이다. 직장 잘 다니고 있던 아저씨는 "저거 이쁘네" 하고는 그날로 직장을 그만두고 중국에 제품 주문을 해서 패치를 팔아제끼기 시작한다. "저거 이쁘네22" 하고 린든 핸슨 트리오가 자그마치 1000만 달러 (한화 약 120억, 2006년 기준)에 회사를 사서는 현재 알파벳 하나에 4000원 씩 판매하는 것이다. 65000원에 "원-조" 크록스를 사는 사람이라면 패치 몇 개 정도는 살 수 있을 정도의 구매 탄력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패치의 원조는 아주머니의 DIY 였고, 심지어 크록스의 원조는 나무로 된 "Clog"인데!

"원-조" 지비츠 제작자 슈비츠 부부

2012년에, 린든 핸슨 트리오 중 세 번째 친구인 조지 베데커가 음주 운전 혐의로 경찰에 붙잡히는데, 변명이 가관이다. "아, 여자친구가 운전하다가 조금 다퉜거든요. 그냥 떠나버려서 제가 어쩔 수 없이 운전한 거예요. 길에서 멈춰 있을 수는 없잖아요?' 음, 그럴 듯 하지만 그래도 음주 운전은 음주 운전이지. "그런데 그 여자친구가 테일러 스위프트라니까요. 좀 봐주시면 사인 받아줌 ㅇㅇ" 당연히 거짓말이었고, 테일러 스위프트는 별다른 의견 표명조차도 안했다. "원-조"를 위해 내는 65000원의 일부는 조지 베데커가 술 마시고 운전하는 포르셰의 기름값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며 크록스를 보니 확실히 다이소 제품보다는 원-조가 이쁘다. 쿠팡에 싸게 올라오면 하나 사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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